높고 푸른 하늘 아래, 붉은 몸체를 반짝이며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는 가을의 전령사로 불릴 만큼 계절의 정서를 강하게 자극하는 곤충입니다. 이 작은 생물은 생태적 의미는 물론, 문화적 상징성까지 지니고 있어 우리 일상 속 자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존재입니다.

고추잠자리는 딱정벌레목 잠자리과에 속하며, 성체가 되면 붉은색 몸통과 투명한 날개를 갖춘 중형 크기의 잠자리로 성장합니다. 주로 논, 하천, 습지 주변에서 서식하며, 유충은 물속에서 다슬기나 작은 수서 곤충을 먹으며 자랍니다. 성충이 되면 공중을 활발하게 날아다니며 모기나 작은 곤충을 사냥하는 포식자로서 생태계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가을철에 특히 많이 볼 수 있는 고추잠자리는 날씨가 선선해질 무렵, 군집을 이루며 산과 들을 누빕니다. 이들은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추잠자리가 많이 관찰되는 지역은 대체로 수질과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지표로 해석됩니다. 생태적 감시자로서의 의미도 지니고 있는 셈입니다.
고추잠자리는 우리의 문화 속에서도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전통 민화나 동요, 시에서는 고추잠자리가 가을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하며, 순수하고 평화로운 자연의 풍경을 환기시키는 매개체로 활용됩니다. 일본에서도 ‘아키츠’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가을을 대표하는 곤충으로 예부터 사랑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시화와 농약 사용, 환경 오염 등으로 인해 고추잠자리의 서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논과 습지의 감소는 고추잠자리가 유충기를 보내는 장소의 축소로 이어지며, 이는 개체 수 감소로 직결됩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고추잠자리를 비롯한 토종 잠자리의 서식지 보전을 위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